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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아홉살 때... 어느 여름날
여름 방학이 얼마 안남은 시점에 남자아이가 전학을 왔어요.
이름은 민수라고 칭할게요.
본명은 밝히긴 좀 그러니...
민수가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기 전부터
짜증이 나더라구요.
게다가 그날은 맑은 날도 아니고 시커먼 구름에
비가 무섭게도 쏟아지던 날이라 그런 날은
음기가 강하거든요.
걔가 들어오는데 제 표정이 싸해져요.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이미 옛적에 죽어야 할 애가 살아 있는 케이스였다는..
그러니까...
저처럼 팔자에 신기를 타고나서 귀신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
실수로 그런걸 보지 말아야 할 팔자에 그런걸 보는 애였어요.
사람으로 태어나기 전에 망정수라고 하는걸 마시게 하는데
(이 이야기는 무당 아주머니가 해주셨음)
걔는 그 과정없이 태어나서 귀신을 보게 되서
안 봐야 할 것들을 보는 애였어요.
그런 아이들은 저승에서 실수를 바로 잡기 위해서 일찍 데려가는데..
살아 있는거죠.
그 날 오후에 학교를 파하고 나서는데
학교 앞 도로에 걔가 서 있는데 저 멀직히
트럭이 한대 오는데.....
트럭이 걔 쪽으로 달려오더군요.
트럭의 반대편에는 검은옷을 입은 사자가
걔를 보면서 노려보고 있었구요.
무슨 생각이었는지 제가 걔를 제 쪽으로 끌어당겼고
트럭은 걔가 있던 자리를 지나서 전신주에다 차를
박았구요.
걔 어깨를 잡은 손으로 맞은 편을 보니..
사자가 절 노려보고 있더군요.
그 순간 온 몸이 어찌나 아프던지....
그 다음날에도 여전히 통증이 있어서
무당 아주머니께 갔더니 방에 들어서기 전부터
엄청 혼이 났어요.
왜 그랬냐고....
니가 죽고 싶은거냐고....
사자가 하는 일은 방해하면 안된다고...
다음에 그런 일이 있어도 그냥 눈감고 넘어 가라고 하셨어요.
갈 사람은 가야 한다고...
그날 밤에 슈퍼를 갈려고 아파트를 지나가는데
저도 모르게 아파트로 발길을 돌려서 가더라구요.
어느 동 앞에 서서 위를 보는데
아파트 9층에 아이가 보이는데 베란다 난간을 붙들고
발버둥을 치고 있대요.
그런데 순간 굳어버린게
그 아이의 두 발목을 전날 본 그 사자가
붙들고 잡아댕기던......
민수더군요....
무당 아주머니 경고는 무시한채 경비 아저씨 불러서
부랴부랴 집으로 올라가서 그 집 식구들 다 깨워서
어떻게 애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질렀는데
식구들은 아무도 그 소리를 못 들었대요.
걔 올려서 거실에 데려다 놓는데
사자도 무서운 표정으로 같이 올라와서 한참을 노려보더니
사라져요.
그날로 해서 사흘동안 원인모를 열병을 골골 앓다가
사흘째 되는 날 꿈을 꾸는데...
그 사자가 나타나서 다음은 없다고..
한번 더 막으면 같이 데려가겠데요.
나흘때 되는 날....
걔네 집에 찾아갔더니...
집 여기저기에 무슨 부적이 그리 많은지..
그 집 식구들도 민수에게 어떤 일이 있는건지 알더라구요.
무당이셨던 민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하나 있는 5대 독자라서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일년에
열번도 넘게 이사를 다니셨다고...
사자가 오면 도망가고 그런 식인거죠.
근데 민수 아버지는 그런걸 안 믿는 사람이였어요.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안계시니
아예 이곳에 뿌리 박겠다고 저 부적도 다 뗄거라면서
화를 막 내시는데....
그 분한테 그런게 안보일테고 무엇보다 무당이었던
어머니의 존재가 많이 싫으신듯 했어요.
민수가 안보여서 어디갔냐고 물으니까..
학교에 놓고 온게 있다고 학교에 갔다고 하는데...
그 소리 다 듣지도 않고 신발 신는둥 마는둥
뛰어서 학교로 달렸어요.
왜냐면...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제 맞은편 베란다 바깥쪽 그러니까 공중에
사자가 떠있더군요.
웃는건지 안 웃는건지 모를 그런 표정으로.
오늘 그 아이를 데려갈거라는걸....
학교에 도착해서 교실에 가보니까 민수가 없어요.
민수 이름을 막 부르는데...
경비실 아저씨도 어딜 갔는지 안보이고
텅빈 교실 여기저기 찾으러 다니는데...
복도를 지나가다가 바깥을 봤는데
그 자리에서 얼었다는...
학교가 언덕 중턱에 있어서
한참 걸어올라와야 하는데
언덕 올라오는 길... 그러니까 교문 밖에
사자가 올라오는데 사자 뒤로 주인 없는
빈 검은 자전거가 따라 올라오더군요.
운전하는 사람도 없는....
겨우 굳은 몸을 풀고 찾으러 다니는데
화장실에서 비명소리가 나요.
-그만.. 그만요.. 따라갈게요...
그렇게 우는소리까지 내더니 잠잠해져요.
화장실 문 밖에 그렇게 서있다가 옆에 보니
그 아이 자전거에 타고 있고 그 옆에 사자가
무섭게 내려다 보고 있더군요.
그 아이... 절 보면서 힘없이 미소 한번 지어주고는
앞서 가던 사자뒤로 검은 자전거에 실려서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눈물이 막 떨어지더라구요.
비명소리 듣고 쫒아온 경비실 아저씨 화장실 안에서
걔 시신 발견하고....
한동안 학교 그 화장실에 걔 귀신 나온다고 소문나서
애들이 무섭다고 해서 막아놓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걔가 죽고 백일 되던 날
꿈을 꿨어요.
민수가 제게 하얀꽃다발을 안겨주고
굉장히 인상이 좋아보이시는 할머니 뒤를
밝은 표정으로 따라가더군요.
좋은 곳에서 다시 태어났을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