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기도 힘들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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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도 아직 '어린' 아이… 사춘기 이전 형제·자매에게 조심할 말들
"의젓해라, 네가 동생 챙겨야지" 둘째를 짐처럼 여기게 만들어
"양보해라, 동생이니 참아야지" 첫째 누르고 위에 서고 싶어져
열살, 여섯살 된 남매를 키우는 주부 김인영(33)씨는 첫째 아이가 여자 동생과 싸우는 걸 볼 때마다 아이를 앉혀놓고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넌 우리 집의 기둥이야. 의젓하게 행동해야지. 지금 이렇게 꼬집고 괴롭혀도 사실은 네가 동생을 사랑한다는 것 알아. 그렇지? 우리 은호는 실은 동생 많이 사랑하지?"
그러나 육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말이 자녀 교육에 있어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형제·자매를 키울 때일수록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에게 각각 쉽게 해선 안 될 말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 아이에겐… "넌 동생을 아껴줘야 해" 강요 말아야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유미숙 교수는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장유유서(長幼有序) 같은 유교적 가치를 무의식중에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교육이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에겐 상처를 주거나 경쟁의식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부모가 첫째 아이에게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넌 큰아이니까 의젓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 첫째 아이도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아이임을 간과한 행동이다. 아직 충분히 잘못할 수 있고 어리광부릴 수 있는 나이임을 잊고 큰아이를 대하면, 첫째 아이는 그 순간부터 동생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유 교수는 "'동생을 아껴줘라' '네가 돌봐야지'라고 말하는 것도 아이에게 큰 짐을 지우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첫째건 둘째건 서로 동등한 관계로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는 얘기다.
■둘째 아이에겐… "네가 양보해야 돼"란 말 조심해야
둘째·셋째 아이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 "네가 더 어리니까 형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가르치면 아이들은 거부감을 갖는다. 아주대 의대 정신과 조선미 교수는 "'언니에게 양보해야지', '네가 동생이니까 참아야지'라고 말할수록 아이는 '내가 더 낮은 서열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며 "이럴수록 둘째 아이들은 더욱 첫째 아이를 누르고 더 우위에 서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첫째 아이를 함께 노는 친구 같은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즐거움을 차단하는 경쟁자로 인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넌 형보다 이런 건 잘하는구나" "언니는 이걸 참 잘하던데, 넌 왜 못하니" 하는 식으로 첫째 아이와 능력을 비교하는 것도 절대 금물.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실은 엄마는 널 더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 역시 절대 해선 안 될 말 중 하나다.
■"실은 동생 많이 사랑하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말
형제·자매끼리 놔두면 서로 사랑하고 보듬어줄 거라는 환상을 빨리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경쟁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며 "형제끼리 놔두면 보듬고 안아주기보다는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해 싸우기 바쁘다"고 말했다. 형제끼리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할 거라고 믿는 건 따라서 헛된 기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에게 "형(동생), 사랑하지?"라고 함부로 묻는 걸 피해야 하는 것도 이래서다.
동생을 괴롭힌 큰아이에게 "너, 사실은 동생 사랑하지?"라고 물으면 아이는 동생을 사랑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고. 이보다는 "때리면 아파하니까 때리면 안 돼"란 식의 직접적인 말로 아이를 가르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비교의 싹을 잘라라… 서로 철저히 개별화하라
형제·자매를 전혀 다른 인격체로 대접해주는 환경도 무척 중요하다. 신의진 교수는 "형제라고 같은 유치원, 같은 놀이교실, 같은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서로 크게 비교당할 수 있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커뮤니티에서 놀면서 끊임없이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능력과 개성을 견주어 보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각자 개성대로 다른 물에서 놀게 하면 형제·자매끼리 경쟁심에 불타 서로를 미워하는 일도 점차 줄어든다. 신 교수는 "형제를 각각 독립적으로 대할 때 아이들의 자아도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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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기자 burbuck@chosun.com |
큰 아이도 아직 '어린' 아이… 사춘기 이전 형제·자매에게 조심할 말들
"의젓해라, 네가 동생 챙겨야지" 둘째를 짐처럼 여기게 만들어
"양보해라, 동생이니 참아야지" 첫째 누르고 위에 서고 싶어져
열살, 여섯살 된 남매를 키우는 주부 김인영(33)씨는 첫째 아이가 여자 동생과 싸우는 걸 볼 때마다 아이를 앉혀놓고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넌 우리 집의 기둥이야. 의젓하게 행동해야지. 지금 이렇게 꼬집고 괴롭혀도 사실은 네가 동생을 사랑한다는 것 알아. 그렇지? 우리 은호는 실은 동생 많이 사랑하지?"
그러나 육아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말이 자녀 교육에 있어선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형제·자매를 키울 때일수록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에게 각각 쉽게 해선 안 될 말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 아이에겐… "넌 동생을 아껴줘야 해" 강요 말아야
숙명여대 아동복지학과 유미숙 교수는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을 가르칠 때 장유유서(長幼有序) 같은 유교적 가치를 무의식중에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교육이 사춘기 이전의 아이들에겐 상처를 주거나 경쟁의식을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부모가 첫째 아이에게 가장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넌 큰아이니까 의젓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 첫째 아이도 아직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아이임을 간과한 행동이다. 아직 충분히 잘못할 수 있고 어리광부릴 수 있는 나이임을 잊고 큰아이를 대하면, 첫째 아이는 그 순간부터 동생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유 교수는 "'동생을 아껴줘라' '네가 돌봐야지'라고 말하는 것도 아이에게 큰 짐을 지우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첫째건 둘째건 서로 동등한 관계로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는 얘기다.
■둘째 아이에겐… "네가 양보해야 돼"란 말 조심해야
둘째·셋째 아이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 "네가 더 어리니까 형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식으로 가르치면 아이들은 거부감을 갖는다. 아주대 의대 정신과 조선미 교수는 "'언니에게 양보해야지', '네가 동생이니까 참아야지'라고 말할수록 아이는 '내가 더 낮은 서열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며 "이럴수록 둘째 아이들은 더욱 첫째 아이를 누르고 더 우위에 서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첫째 아이를 함께 노는 친구 같은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자신의 즐거움을 차단하는 경쟁자로 인식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넌 형보다 이런 건 잘하는구나" "언니는 이걸 참 잘하던데, 넌 왜 못하니" 하는 식으로 첫째 아이와 능력을 비교하는 것도 절대 금물. 아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실은 엄마는 널 더 사랑해"라고 말하는 것 역시 절대 해선 안 될 말 중 하나다.
■"실은 동생 많이 사랑하지?"… 죄책감을 느끼게 하는 말
형제·자매끼리 놔두면 서로 사랑하고 보듬어줄 거라는 환상을 빨리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서로 경쟁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며 "형제끼리 놔두면 보듬고 안아주기보다는 사랑과 관심을 독차지하기 위해 싸우기 바쁘다"고 말했다. 형제끼리 어릴 때부터 자연스레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할 거라고 믿는 건 따라서 헛된 기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이들에게 "형(동생), 사랑하지?"라고 함부로 묻는 걸 피해야 하는 것도 이래서다.
동생을 괴롭힌 큰아이에게 "너, 사실은 동생 사랑하지?"라고 물으면 아이는 동생을 사랑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고. 이보다는 "때리면 아파하니까 때리면 안 돼"란 식의 직접적인 말로 아이를 가르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비교의 싹을 잘라라… 서로 철저히 개별화하라
형제·자매를 전혀 다른 인격체로 대접해주는 환경도 무척 중요하다. 신의진 교수는 "형제라고 같은 유치원, 같은 놀이교실, 같은 학원에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서로 크게 비교당할 수 있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커뮤니티에서 놀면서 끊임없이 큰아이와 작은아이의 능력과 개성을 견주어 보게 하지 말라는 말이다. 각자 개성대로 다른 물에서 놀게 하면 형제·자매끼리 경쟁심에 불타 서로를 미워하는 일도 점차 줄어든다. 신 교수는 "형제를 각각 독립적으로 대할 때 아이들의 자아도 건강해진다"고 말했다.